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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그리고 사람-온라인16th] 사람, 사람을 만나다 - 인터뷰 - 아침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 (진냥)

 

 

 

안녕하세요, 뭐라고 소개를 해야 할까요?

그러니까요. 제가 소속단체가 없어요. 청소년 인권운동을 했었으나, 최근에 학교폭력에 집중하면서 청소년 인권하고는 좀 멀어졌어요. 올 초에 청소년 인권활동가 한테 ‘내가 청소년 인권활동가일까?’ 물어보기도 했어요. 그랬더니 ‘아닐걸~’ 그래서, ‘아 그렇구나, 나도 좀 민망했는데’했어요.(웃음) 요즘엔 그래서 그런 호칭을 쓰지 않고 있어요. ‘친한 편이긴 하지’라고 이야기는 해주더라구요.

 

학교폭력에 집중하면서 청소년 인권활동과 멀어졌다니요? 그냥 일이 많아져서 집중할 수 없어서?


음.. 이를테면, 성폭력에 집중하게 되면 성평등하고 좀 멀어지는 게 있어요. 강간문제, 성폭력 문제에 가장 흥분하고 격렬히 반응하는 건 완전 마초적인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말초적인 이슈에 집중했을 때 본질하고 멀어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체벌, 학교폭력이라는 이슈에 집중하게 되면 오히려 근본적인 물음에는 멀어지게 되는 거죠. 청소년 인권문제가 학교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소속을 물어보면 ‘페이스북’이라고 할 때도 있고.(웃음)

 

내가 생각하는 인권이란 어떤 것이다?


‘환대받을 권리’라는 말에 완전히 동의하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오래 제 기억에 남아 있어요. “너가 동성애를 하든, 장애인이든 상관없어, 나는 차별하지 않아”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정말 차별하는 말이잖아요. ‘내 주변에만 오지 않고, 나와 관계만 없으면 된다’라는 게 전제되어 있기도 하니까요. 내가 나로써 온전하게 누군가의 삶의 공간이나 관계 안에 들어갔을 때에 자연스럽게 환영받을 권리가 인권인 것 같아요.

저는 아침드라마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서 노력해요. 아침드라마 주인공들은 엄청난 비밀이 하나씩 다 있잖아요. 그래서 그 비밀을 감추려고 청부살인도 하고, 협박도 하고, 거짓말도 하고. 근데 결국 그게 까발려지면 더 이상 비밀이 아닌 게 되니까 한편으로는 해방감이 오는 거잖아요. 물론 그러려면 ‘치부’를 드러내야 하죠. 그게 장애인들에게는 본인의 장애를 인정하고, 인정받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성소수자에게는 커밍아웃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나를 꽁꽁 숨기지 않아도 되는 것, 나의 존재를 갈라내고, 덮고, 감추고 않아도 되는 것, 그래서/그럼에도 환대받는 권리, 그게 인권인 것 같아요.

 

 

학교에서 일 하잖아요. 현장에서 느끼는 장애인 교육, 인권교육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 장애인권교육을 하거든요. 저 교직 경력이 12년차 이거든요.(웃음) 그래서 보통 교육 포맷이 있거든요. 대부분의 장애인권교육은 감수성을 건드리잖아요. 어떻게 보면 ‘입문’교육이죠. 게임 레벨 1, 튜토리얼 같은 느낌의 교육. 근데, 레벨 2가 없어요. 나도 만들어야겠다고 겪어본 적이 없고, 생각해보니 저조차 어디에서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거예요.

근데 올해 교육에서는 난감한 일이 있었어요. 한 학생이 성대결절이 심해요, 병원에서 관리 잘못하면 얼마 가지 않아서 목소리 잃을 거라고 진단도 받았거든요. 근데 학생이 굉장히 역동적인 사람이라서 체육시간 되면 응원도 제일 열심히 하고, 소리도 크게 지르고 하거든요. 예를 들어 음악수업을 하고 나면 목소리에 여파가 3일 정도 가는. 집에서도 그런 걸 아니까 조심시키기도 하구요.

한 날 장애인권교육을 했었는데, 이 학생이 당사자 감수성으로 그 교육을 받은 거예요. 너무 성공적인 거잖아요. 100%가 아닌 200% 교육을 이해했던 거죠. 그리고는 그 다음에 제게 묻는 거에요. ‘그럼 제 성대결절도 장애인거죠?’ 근데 제가 할 말이 없는 거예요. 그 상황에서 ‘그래, 너도 장애인이야, 너의 장애를 인정해’라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고. 근데 그 사람한테 그 다음으로 어떤 것을 건드려 주어야 할지 상상조차 안 가는 거예요.

보통 이런 교육은 실패한 적이 많은데, 그 사람은 너무 진솔하게 물어봐 왔던 거죠. ‘너 장애인이야, 아니야’의 문제가 아니라 그 이상의 문제, 그걸 넘어서 본인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그래서 입문교육 말고 그 다음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과제 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아직 이 학생한테 대답을 제대로 못해줬어요.

그리고 이건 좀 다른 고민인데요, 제가 초등학교에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초등학생은 엄청난 성장기라서 실제로 하루하루, 한 해 한 해 몸이 정말 달라요. 그래서 이 사람들에겐 정말 몸의 ‘정상성’이란 게 없어요. 그들에게 몸의 정상은 어른이에요. 그러니 기본적으로 모두는 비정상인 거예요.

그리고 설령 내게 장애가 있다하더라도 그걸 인정하기 힘들어요. 왜냐하면 비청소년보다 초등학생은 그 장애의 변화 폭이 엄청나게 크잖아요. 그러다보니 주변에서도 너의 장애를 인정하라고 얘기하기보다, 너의 성장으로 인해 장애가 가속화 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한단 말이에요. 병원에서도, 보호자들도. 장애가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상황인거에요.

이런 가운데에서도 스스로의 몸을 긍정하라고 잘 이야기할 수 있는 묘안이 있을 법한데, 저는 아직 찾지 못했어요. 계속 변화하는 몸, (아직 변화가) 종결되지 않은 몸에 있어서의 장애를 어떻게 부정적이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종결되어진 장애, 변하지 않는 장애로만 이야기 하지 않고.

 

(듣고 보니 그렇네요. 생각해보면, 노인기의 사람들에게 장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과 청소년기의 사람들에게 장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미묘하게 다른 것 같아요)

 

그럼 장애인 인권교육이 좀 더 퍼질 수 있으려면 뭘해야 할까요?

 

아까 얘기했던 레벨 2 교육이 있으면 좋겠고.(웃음)

얼마 전에 지역에 사람들하고 뉴욕에서 하는 에이즈 인권교육 커리큘럼을 세미나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을 보면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다 달라요.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점점 다른 거예요. 그 내용이 다르다는 것은 인권교육에 대한 내공도 있는 거지만, 교육받는 상대방의 연령대, 그들에 대한 이해도 있는 거예요.

사실 학생들에 대한 장애인권교육은 현재 제도권 안에서는 확대가 될 만큼 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연간 4시간의 단독 시수를 하는 경우는 성교육, 장애인권교육 밖에 없어요. 물리적인 시간이 이 이상 확대되는 것은 과목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더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내용이 영글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시간적인 확대보다 지금은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가 교육을 직접 나가는 지금 방식도 고민이 되긴 해요. 저는 참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학교에 장애인이 ‘등장’하는 것이 일종의 특별한 이벤트처럼 되는 건 아닐까 싶어서 우려도 돼요.

 


사람센터 또는 지역 장애인운동에 대한 단소리, 쓴소리.?


사실 전 사람센터를 오래 봤잖아요. 처음 생길 때부터 본 거니까. 굉장히 안에서 밀도 깊게 본 것은 아니지만, 나름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다른 지역사람들에게 이렇게 소개한 적이 있었어요. “대구지역에서 가장 신뢰하고, 가장 헌신적으로 운동하는 장애인단체라고” 이 정도면 충분히 사탕 뿌린 건가요? (웃음) 그럼 이제 쓴소리.

음, 이건 사실 사람센터만은 아니고 장애인운동 전반에 대한 건데. 저는 성소수자 운동하는 사람들을 흠모해요. 일단 그들이 굉장히 쾌활하고 행복해 하면서 운동하는 것도 있지만, 그들이 다른 약자들과 연대하는 모습이 훌륭하고 존경스러운 면이 있어요. 비정규직 집회든, 이주노동자 집회든, 청소년 집회든, 같이 길바닥 농성부터 시작해서 다 같이 하는 모습들, 말 그대로 존경스러움이 있어요. 그리고 그런 모습에서 다른 운동들이 시사 받을 수 있는 면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장애인운동은 한국사회에서 굉장히 치열하게 투쟁하면서 독자적인 운동판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고 보지만, 다른 소수자 운동에서의 감수성, 그 확장은 아쉬운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얘기되는 것이 ‘장애인운동판은 나이 위계가 너무 심하다.’, 그냥 사회운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장애인운동하는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굉장히 많이 나오는 말들이거든요. 그런 게 가끔 너무 힘들어서 집회를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그것도 이해되는 바가 있긴 해요. 나이는 모든 이에게 평등한 권력이잖아요. 돈이 있든 없든, 장애가 있든 없든. 설령 내가 전신마비라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가면서 자연히 얻게 되는 권력이잖아요. 가장 평등한 권력이라서 소수자들이 나이위계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그럴 법도 하다 싶긴 해요. 그렇지만 우리는 평등한 세상 만들자고 하는 것이니까요.(웃음)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준 진냥님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이    름 :사람센터
날    짜 :2014-10-0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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